한국화학연구원(KRICT), 오물이 묻은 생활형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길을 열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문제는 심각하다. 유엔기구 중 하나인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에 의하면 지구촌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은 매년 약 4억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물론,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도 큰 문제이다.
망가지는 상황 개선을 위해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은 환경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Net Zero: *배출되는 탄소와 감소한 탄소의 양이 똔똔이 되는 지점) 달성에도 필수적이다.
'한국화학연구원(KRICT: Korea Research Institute of Chemical Technology)'에서 근무하는 연구진들이 음식 국물 등이 배어있는 채로 대책없이 버려지는 오염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였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풀지 못한 무척 어려운 문제를 마침내 해결할 신박한 방법이 한국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온갖 오물이 뭍은 생활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추출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기름)에 촉매제를 더하고, 자체 개발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라는 장치를 사용하여 기존보다 플라스틱 원료를 더 수월하게 그리고, 좀 더 많은 양을 추출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단순히 실험실 속 이론이 아니라, 곧바로 상업화가 가능한 무척 현실적인 연구 성과라는 점이다.
이번 연구가 가능한 것은 때맞춰 이루어진 정부의 정책과 제도 개선이 도움이 돠었다.
환경부는 2022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폐기물 재활용 유형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추가했다. 산업부는 석유화학공정 원료로 석유만 허용하던 규정을 2024년 7월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용도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온에서 열분해하여 얻는 재생유(일명: 나프타)를 말한다.
기존의 재생 플라스틱 원료 생산은 깨끗하게 배출한 플라스틱으로만 가능했다. "생수병에 부착된 비닐을 제거한 후에 배출해 달라" 등의 캠페인이 각종 미디어에서 전개되는 이유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에 달라 붙어있는 오염물질 제거 혹은 세척에 너무 많은 공정이 추가된다. 오염된 플라스틱을 세척하는 과정애서는 막대한 폐수도 발생한다. 공정이 길어지면 원료 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차라리 새로운 플라스틱을 구매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에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활용을 꺼리게 되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한국 연구진들은 음식 찌거기, 국물이 배어있는 플라스틱 용기 등을 그대로 가공하여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추출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처음부터 상용화를 목적으로 연구개발에 착수하여 기업들이 곧바로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상업적 기초를 마련했다.
기존 방식은 폐플라스틱에서 다시 원료로 활용 가능한 석유 제품 원료인 '경질 올레핀' 이라는 물질을 추출하려면 섭씨 850도 이상의 고온을 가해야 한다.
똑똑한 한국 연구진들은 기존 공정보다 약 170도 낮은 온도인 680도에서 촉매 분해 반응과 자체 개발한 '연속 반응기'를 사용해 재생 플라스틱 원료 추출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 하면 기름이 나온다. 이 기름은 나프타 분해 공정(NCC, Naphtha Cracking Center)의 원료(나프타) 대신 쓰여, 플라스틱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인 '경질 올레핀' 이라는 원료를 만들 수 있다.
이 물질(경질 올레핀)에 촉매를 추가하는 화학적 공정을 가하면 플라스틱 제품 생산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부틸렌을 만들 수 있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식품용기, 페트병 뚜껑, 포장용 랩, 비닐봉지 제작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의 원료이다. 프로필렌은 플라스틱 가구, 장난감, 혈액백, 주사기 몸체 등을 제작하는데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의 원료가 된다.
이번에 한국 연구진들이 거둔 성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기존에 사용하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기름)'를 100% 활용 가능하다.
- 이제는 연구성과 덕분에 오물이 묻은 폐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추출한 기름도 원료로 재활용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 기존의 생산과정과 비교하면, 이번의 새로운 공법으로 얻어지는 '경질 올레핀'의 생산율도 27% 더 향상되었다.
- 폐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기름'을 얻는데 필요한 반응 온도(850도) 역시 이전보다 170℃ 더 낮아졌다.
- 온도를 올리려면 무엇인가를 연료로 소모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니 연료 절감 효과도 덤으로 얻었다.
- 휘발유를 기준으로 섭씨 1도에서 170도까지 온도를 올리는데 추가로 필요한 연료의 양은 약 3.5리터이다.
- 기존에는 폐플라스틱에 붙은 불순물 제거를 위해서는 추가 공정으로 '수소화' 과정이 필요했지만, 이번 연구진은 이 수소화 과정을 없애버렸다. 대신에 신기술인 촉매제를 사용했다.
- 촉매와 연동되어 지속적으로 촉매 반응이 일어나는 기계장치까지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 이로써 기업들이 곧바로 전체 공정을 플라스틱 원료 재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상용화 길을 열었다.
딱월한 연구 성과는 언제든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한국화학연구원들이 완성한 이번 혁신적인 연구 성과는 2024년 8월에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표지 논문(August 19, 2024. Volume 12, Issue 33, Pages 12270-12694)에 수록되었다.
그 동안 오물이 덕지덕지 뭍은 생활용 폐플라스틱은 처치가 무척 곤란하여 대부분 소각장으로 직행하였다.
똑똑한 한국 연구진들의 뛰어난 실험정신 덕분에 실생활에서 버려지는 각종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위한 원료로 손쉽게 추출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마침내 열렸다.
- 한국화학연구원 보도자료, "최근 석유화학기업 각축장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 기존 기술 한계 극복한다", 2024-09-09
- Xuan Tin Tran, Eun Sang Kim, Dae Hun Mun, Taeyoung Jung, Jiho Shin, Na Young Kang, Yong-Ki Park, Do Kyoung Kim, "Catalytic Cracking of Crude Waste Plastic Pyrolysis Oil for Enhanced Light Olefin Production in a Pilot-Scale Circulating Fluidized Bed Reactor", The Journal of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August 19, 2024. Volume 12, Issue 33, Pages 12270-12694
- Fuels and Conbustion, https://beeindia.gov.in/sites/default/files/2Ch1.pdf
- UNEP, “Our planet is choking on plastic”, https://www.unep.org/interactives/beat-plastic-pol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