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잘 사용하지 않은 용어 중에 ‘넝마’가 있다. ‘못쓰는 천과 헝겊’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쓸모없는 물건이기에 ‘쓰레기’로 버려지는 옷감을 전문적으로 주어서 되파는 사람을 ‘넝마주이’라고 한다. (*다소 비하적인 표현이라 요즘은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일본 식민지 시대였던 1920년대부터 한국의 근대화 시기인 1970년대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었다. 바구니를 등에 지고 다니며, 버려지는 물건을 주어서 되파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옷감을 취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폐지, 고철, 구리들을 모아서 되팔았다.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이들이 오늘날 ‘환경미화원’ 이전 세대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만 이런 직업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29년 미국 대공항 시기에 '쓰레기 시장 Junk Market'이 큰 역할을 했다. 가난한 아이들은 쓰레기를 수거하며 용돈을 벌었다. 시대의 가난한 이들이 남긴 쓸쓸한 풍경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대도시에도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들을 '시포니에 Chiffonnier '라고 하였고, 잉글랜드에서는 '더스트맨 Dust Man'으로 불렀다.
1828년 파리의 경찰보고서에서는 시포니에가 규율을 따르지 않고, 선을 모르며, '야생적인 독립성'을 지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잉글랜드의 넝마장수인 더스트맨은 사회 변두리에 존재했지만 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하길 원했다. 파리의 시포니에 중 3분의 1은 여성이었다.
19세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네바강 상류의 바실리예프스키 섬에는 라브라 Lavra와 바스야 Vasjas 라는 빈민가가 있었다. 라브라에는 '넝마날개'라고 불리는 지역에 넝마를 수거하고 쌓아두었다.
1900년대에 이르자 산업화된 국가에서 ‘시포니에’나 ‘더스트맨’은 설 자리를 잃었다. 도시가 상업화되고 새로운 위생 계획안이 적용되면서 전통적인 쓰레기 처리방안이 운영될 수 없게 되자 이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참고자료)
1. '넝마주이', 위키피디아 Wikipedia.org
2. 송경상/넝마공동체 초대 총무·나눔교육연구소 대표, "민중은 나의 선생이었다...마지막 말씀 되새깁니다", 한겨례신문 기사, 2018-03-01,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4317.html
3.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쓰레기의 세계사>, '9장 세상은 돌고 돈다: 산업시대의 재활용', page 212-216
4. ‘DUST, DOG DIRT AND DUNG IN VICTORIAN ENGLAND’, https://visitvictorianengland.blogspot.com/2015/04/dust-dog-dirt-and-dung-in-victorian.html, Thursday, 30 Apri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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