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측면에서 한국은 지난 2022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 녹색성장 기본법[1] (2022.3.25.)’을 제정하여 시행 중에 있다. 이 법에 근거하여 각 부처의 모든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가 설치되어 공식적으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 법은 2024년 8월에 헌법재판소에 의해 ‘사실상 위헌’(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오는 2026년 2월까지 국회는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
2024년 8월 29일, 대한민국 헌법 재판소는 이 법 조항 중 제8조 1항이 ‘헌법 불합치’(사실상 위헌)라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2049년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체적인 숫자로 탄소 절감을 위한 목표를 법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현재 시행 중인 법은 2030년까지만 탄소절감 목표 수치를 정해 놓았기에 헌법이 보장하는 ‘(미래세대의) 평등권과 환경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에 ‘헌법과 일치하지 않는다’ 고 최종 판결했다.
이와는 별도로 하나의 국가 차원을 넘어서 국가 상호간의 협력과 국제적인 공동의 노력 만이 갈수록 더워지고 있는 지구,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비상상황, 툭하면 최고 기온 숫자를 갱신하고 있는 지구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는 사실도 추가적으로 알게 되었다.
국제연합(UN)산하에 공식 기구 중 하나로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 The Intergovernmental Pannel on Climate Change)’가 있다. 1988년에 유엔이 주도하여 설립되었으며, 한국을 포함하여 유엔 회원국 195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지구촌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협의체 운영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이 협의체는 2000년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다양한 과학적 데이터들과 그 해결 방안에 관해 과학자들이 체계적으로 정리한 제 1차 보고서를 발간하여 세상에 경종을 울렸다. 이후 2023년까지 총 6차에 걸쳐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실질적인 행동계획에 관한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해 오고 있다.
보고서 작성에는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전 세계 물리학자 234명,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력 분석 전문 과학자 270명,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전문연구 과학자 278명 등 약 78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참여[2]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환경변화는 이제는 더 이상 부인할 수 없이 ‘인간’ 스스로 만들어 낸 불행하고 무척 불편한 현상이다. 인류는 그 동안 산업의 발전 혹은 경제 발전이란 명목으로 석탄과 원유를 지나칠 정도로 많이 사용해 왔다. 이로 인한 다양한 오염 물질이 지난 수 십년 간 지구의 하늘과 땅, 바다에 누적되면서 결국에는 지구의 생태환경을 심각한 상태로 바꾸었다.
자원은 영원히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인간의 착각 속에서 지구 표면에서 수 백 미터 혹은 수 킬로미터 지하에 묻혀 있던 석탄, 철, 구리 등 각종 광물과 원유를 채굴하고 운반 및 가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오염 물질과 배기가스를 배출했다.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 한 가운데 집결하여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거대한 지대(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3])가 새롭게 생겼다. 이 곳의 면적은 2018년 기준으로 160만 제곱 킬로미터에 달한다. 서울시 면적(약 605 제곱 킬로미터)과 비교하여 약 2,644배에 해당하는 거대한 지역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덮고 있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약 100년의 기간 동안 인류는 그렇게 스스로의 번영을 위해 또 다른 100년 후를 생각하지 않고 개인들은 좀더 잘 살기 위해, 회사나 조직들은 좀더 많은 이익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거침없이 달려왔다.
다소 늦었다고 생각이 되지만, 이제라도 짧게는 25년 후(자녀 세대가 살아가는 세상) 혹은 50년 후(손자들이 살아갈 세상)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구가 보유한 천혜의 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고, 이미 사용하고 있는 상품이나 자원이 있다면 그것을 한번 더 사용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만들어 지는 각종 제품을 설계하는 산업 디자인 전문가들이라면 소비자들이 제품을 좀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처음 기획하는 단계부터 고민을 좀 더 해 주면 좋겠다.
온갖 쓰레기로 버려지는 다양한 물건 속에서 가치 있는 뭔가를 발견하여 이를 다시 유용한 생산자원으로 활용하길 희망한다.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쓰레기의 화려한 대변신 등 다양한 순환경제 사례를 일상의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고 싶다.
태어나는 순간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천부인권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 돈과 권력을 장악한 기득권 세력은 그렇지 못한 인간을 노예라는 딱지를 붙이고 ‘거래가 가능한 상품’으로 취급했다. 인간의 잘못된 사고 방식과 행위 하나를 바로잡기 위해 국제연합(UN) 차원의 ‘인권선언문(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UN, 1948년 12월 10일)’이 작성되기까지 수 백 년이 소요되었다.
그토록 어렵다는 ‘인권 문제’까지 해결했던 지구촌 집단지성이 이제 또 다시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지구 자원의 소중함과 가치를 인정하고, 버려지거나 방치된 자원을 좀더 슬기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과 규칙 등 사회 전반의 각종 제도를 새롭게 다듬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기후학자, 지질학자, 대기 연구 과학자들은 2035년과 2050년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4])로 예상하고 있다. 2050년 이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낮추면, 21세기 후반에는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 북극해 얼음이 남아있다가 완만한 회복이 시작될 가능성은 있다(IPCC 5차 보고서, SPM B.2.5; Figure SPM.8)고 예측한다. 그러나 이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약 9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구는 스스로의 회복 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복합적인 기후 이상현상은 더욱 가속화한다는 슬픈 예측도 동시에 내 놓고 있다. [5]
안타깝지만, 산업혁명 이전의 지구 평균 온도와 대비하여 지구 공동체가 나아갈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 금지’는 이미 한계선에 근접하고 있다. ‘유럽 중기 날씨 예보센터’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섭씨 14.98도로 관측[6]되었다. 2023년은 1850년 이래 시작한 기온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 지구 평균 온도는 1991-2020년 사이에 0.6도 상승하였으며, 이는 산업혁명 이전인 1850-1900년대의 평균 기온에 비해 1.48도 상승한 기록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평균 기온이 겨우 1.5도 상승한다는 것이 무슨 큰 대수인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숫자를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체온과 비교하면 현재 지구의 상태를 어느 정도 가늠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언급하는 건강한 성인의 정상 체온은 평균 36.5도~37.0도[7]이다. 여기에서 1.5도를 올리면 체온은 38.0~38.5도가 된다. 즉, 현재 ‘몸에서 열이 나고 있는 상태’이며, 몸 속 어딘가 이상이 생겨 면역세포가 치열하게 감염균과의 전투에 참가 중인 상태라 할 수 있다. 성인과 달리, 어린 아이의 경우에 체온 38도는 고열 상태이므로 즉시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위험한 온도이다.
현재 지구의 상태는 성인이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어야 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0.5도만 더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 39.0도에 도달하므로 병원으로 즉시 이송되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지구의 에어컨 역할을 하는 빙하가 녹고 있는 북극과 남극의 경우에는 어린 아이가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할 정도의 고온 상태에 도달했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여름철 기온은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여름이 당신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라는 우스우면서도 슬픈 소리도 주변에서 들려온다. 2024년을 기준으로 앞으로 약 25-26년의 시간이 더 흘러 2050년 전후가 되는 해에는 오늘보다 조금 더 시원한 여름, 대기오염이 거의 없는 푸르른 하늘을 상상해 본다.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향하는 일회용품이 거의 사라진 세상, 녹아 내리고 있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다시 얼기 시작하고, 바닷물의 평균 온도가 조금 더 내려가 바다에 생존하는 산호초와 플랑크톤 등 해양 생물의 기초 먹이가 되는 미생물들이 다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는 세상이면 더욱 좋겠다.
여름철 한 낮의 평균 기온이 섭씨 30도[8] 전후를 유지하면 좋겠고, 한반도에 내리는 시간당 최대 폭우가 90mm 이하[9]인 세상이길 간절히 희망한다. 재배하던 농작물이 온전히 생존하여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먹거리를 구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고, 동네 마트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농/축/수산물 가격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공동체에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침수피해와 산사태, 초대형 산불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인명 피해가 감소하고, 힘들게 이룩한 사회 구성원들의 소중한 재산과 국가 경제성장의 결과물들이 더 이상 집중 폭우로 인한 급류에 휩쓸려 사라지지 않는 세상을 희망한다.
좀 더 나은 미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 현재(2024년)에도 노력하고 있는 국가와 사회, 기업가와 서비스를 나름대로 선정하고 소개하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부족함이 철철 넘친다는 것을 체감한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순환경제’와 관련한 학술서적, 이론서적은 무수히 많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전문학자도 아닌 내 자신이 또 다시 ‘순환경제’와 관련한 이론을 언급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여긴다.
여기에서는 순환경제와 관련한 학술적인 이론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움직이고 있는 다양한 기업의 혁신 기술과 사례를 중심으로 조사를 한 것을 정리했다. 다양한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필요한 순환경제의 범위는 ‘유럽연합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서 지난 2020년 3월에 공식적으로 공개한 범주(Category)[10]를 최대한 참고로 했다.
한정된 기간(2023년 1월-2024년 12월)과 한정된 정보에 기초한 글 묶음이지만, 이 페이지를 읽는 분들이 무척 생소한 경제시스템인 ‘순환경제’에 대해서 단 한구절이라도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24년 9월,
노바티오(Novatio)
[1]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2022.3.25), 국가법령정보센터(최종방문 2024-08-27)
[2] IPCC, “History of IPCC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https://www.ipcc.ch/about/history
[3] Helen Thompson, "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 may be 16 times as massive as we thought", Science News, March 22, 2018
[4]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 둘 씩 축적된 어떤 결과물이 급속하게 확장되기 시작하는 '특정 시점(혹은 지점)'을 의미한다. 시카고 대학 교수였던 모턴 그로드진스 (Morton Grodzins)교수가 '대도시 지역, 인종간의 갈등'을 연구하면서 1957년에 처음 사용하였다. 흑인들이 하나 둘 씩 특정한 지역사회로 유입되다가 어느 순간에는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며, 그 시점부터는 백인들이 해당 지역을 대규모로 벗어나는 현상(White Flight or White Exodus)을 설명하였다.
[5] 양현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지구 운명 담은 IPCC 보고서, 그리고 해결책 10가지", Greenpeace.org, 2021년 8월 20일
[6] 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유럽 중기 일기 예보 센터), "2023 is the hottest year on record, with global temperature close to the 1.5°C limit", Press release, Bonn, 2024-09-01
[7] Kristin Mitchell, WebMD Editorial Contributor, Leah Rosenbaum, “What Is a Normal Body Temperature?”, Medically Reviewed by Poonam Sachdev, WebMD.com on April 23, 2024
[8] 기존 연구에서는 습도 100%, 지속시간 5시간 기준으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최대 온도는 섭씨 35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2023년도에 남아시아(South Asia)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100% 습도 기준에서 섭씨 30도가 한계선임을 새롭게 밝혀냈다. (Jenix Justine, Joy Merwin Monteiro, Hardik Shah & Neethi Rao, "The diurnal variation of wet bulb temperatures and exceedance of physiological thresholds relevant to human health in South Asia", The Journal of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Volume 4, Article number: 244 (2023))
[9] 서울특별시는 지난 2022년 9월, 배수처리 용량을 현재의 30년 빈도(시간당 최대 95mm/h 처리)에서 50년~100년 빈도(시간당 최대 110mm/h 처리)로 상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ource: “강남역·광화문·도림천에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설치 본격 추진”, 서울특별시 공식 웹사이트 2022-09-14)
[10] European Commission, “Categorisation System for the Circular Economy”, March 2020 (https://circulareconomy.europa.eu/platform/sites/default/files/categorisation_system_for_the_c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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