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 분야에는 문맹에 가까운 내가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1]'라는 생소한 용어를 우연히 접했다. 책을 읽다가 알게 되었는 지 혹은 친절한(?)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한 것이었는지 정확한 순간은 기억 나지 않는다.

처음 머리 속에 그려진 이미지는 “이미 인류가 살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또 다른 ‘인류의 세상’ 이 있다는 말인가?” 라는 것이었다.
지구라는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 지를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은 ‘인류세’ 이전에 지구의 형태는 현재 ‘홀로세’라는 지질 시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홀로세(Holocene)는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 시대를 말한다.
홀로세 이전에는 빙하기였다고 한다. 기온의 상승으로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이전의 빙하기 세대와는 ‘완전히 새롭게(Entirely New!)’ 토양이 층층이 쌓여 생성된 지대라는 의미로 ‘충적세(沖積世[2])’라고도 부른다.
통상적으로 지구의 대기와 지질과 해양 생태계는 지진과 화산폭발, 태풍 (허리케인), 침식 등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자연현상에 의해 변형된다. 그러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대기와 바다를 포함한 자연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는 자연현상 혹은 야생의 동식물이 아닌, '인간(인류)의 행위로 인해 인공적으로 변형된 것이 분명하다’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었다.
과학자들이 증명하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과 별개로 나의 머리 속에는 또 다른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지구의 대기와 지질에 커다란 변형을 가져올 정도로 인간들이 그 동안 무슨 짓을 했다는 것일까? 인간의 다양한 행위 중에 어떤 것이 거대한 자연현상을 능가할 정도로 파괴적이었다는 것일까? 무엇이 그토록 강력하게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성과 판단력을 가졌다는 인간의 마음과 행위를 안 좋은 방향으로 줄기차게 몰아갔다는 것일까?’…
지구에 변형을 가했다는 물리적 현상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인간(인류)이라면, 그 해결 방법 또한 인간이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을까? 한편에서는 해결 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꿈적도 하지 않는 진짜 속 마음은 무엇일까?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답안이 분명 있을 듯한데…그게 과연 무엇일까? 어디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이와 같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한 적절한 해답 중 하나가 ‘순환경제’ 시스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료를 조사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웬만한 정보는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인류세’와 같은 일상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전문용어’와 더불어 내용도 상당히 딱딱하고 어렵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기상(기후)학자, 지질학자, 경제학자, 역사학자, 해양생태학자들 혹은 이들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사용하는 전문 용어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 입장에서 한 꼭지를 정리해 보고 싶었다.
특히, 나와 같은 일반인에게 무척 생소한 ‘순환경제’ 시스템을 ‘혜안을 가진 선각자’와 같이 회사 경영에 재빨리 도입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세계 각 국의 수많은 좋은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들의 실제 사례를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로 한 곳에 정리를 하고 싶었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국내와 해외 기업의 사례를 직접 접하다 보면 이론서에서 언급된 ‘순환경제’라는 것이 진짜로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이 현실에서 실제로 운영되었을 때에 어떤 사회적 이익 있는 지를 더욱 선명한 그림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혼자 알고 있기에는 너무 멋지고 훌륭한 기업들과 그 기업을 처음 시작한 창업주들,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었고, 혁신적인 발상과 기술이 있었다.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할 수 있는 순환경제 시스템의 빠른 정착을 위해 한 발 앞서 나가는 국가가 있었고, 훌륭한 정책가들이 있었다. 인간의 자원 남용과 이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구의 전반적인 문제를 사회 제도로 풀어내기 위해 법률과 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한 국가도 있었다.
‘환경보호’라는 용어에 대해 개념도 없던 1950년대에 오늘을 살고 있는 세계 각 국의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전례 없는 이상한 기후 현상 등 지구촌 문제의 핵심을 약 70년 전에 미리 간파하고 어느 정도 해결책까지 제시한 혜안이 있는 선각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기후위기 관련 소식을 ‘저녁 뉴스’ 맨 뒤쪽에서 간략하게 전하는 ‘내일의 날씨’ 코너에서 주로 접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는 이상한 기후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의 뒤편에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지속적으로 수정하며 성장해 온 거대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탄탄하게 고착화되어 가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불평등은 정치 체계와 각종 제도가 서로 뒤엉킨 상태에서 드러난 ‘복합적인 문제의 종합 결과물’이라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고 있는 내가 알게 된 새로운 사실 중 하나이다.
문제의 해결책 또한, 단순히 텀블러 하나를 손에 들고 다니는 개인 차원에서는 결코 온전하게 풀어낼 수 없는 ‘거대한 사회 문제’라는 점에서 약간의 절망감도 느꼈다. 국가 단위에서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 운영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선과 과감한 정책 실행력 만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르고 빠른 방향임도 알게 되었다. (프롤로그 2에 계속됩니다)
[1]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인류가 지구 지질이나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여 제안된 지질 시대의 구분 중 하나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 대량절멸에 의한 생물 다양성의 상실, 인공 물질의 확대, 화석 연료의 연소나 핵실험에 의한 퇴적물의 변화 등이 주요 특징이며 이들은 모두 인류 활동이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생태학자 유진 F. 스토머가 1980년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네덜란드의 대기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2년에 네이처 학술지에 ‘스토머’와 공동 논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류세의 시작 지점에 대해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여러 주장이 있지만, 1945년 전후를 기점으로 보는 설명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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